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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사

유네스코 도시물관리 프로그램(UWMP) 기술사무국
수임의 의미와 향후 과제

글로벌 도시물관리 협력 플랫폼 구축과 한국 물 외교의 새로운 지평

김범직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산업협력과 과장

김범직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산업협력과 과장
kbj8675@korea.kr

유선희 유네스코 물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

유선희
유네스코 물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
shryu@unesco-iwssm.org

임광섭 유네스코 물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 연구개발팀 팀장

임광섭
유네스코 물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
연구개발팀 팀장
kslim@unesco-iwssm.org

최예림 유네스코 물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 연구개발팀 담당관

최예림
유네스코 물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
연구개발팀 담당관
cyl0124@unesco-iwss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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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2026년 6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제27차 유네스코 정부간수문프로그램(IHP) 정부간이사회 정기회의에서 대한민국 물 분야 국제협력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결정이 채택되었다.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카테고리2 기관인 물 안보 및 지속가능 물관리 국제연구교육센터(i-WSSM)가 유네스코 도시물관리 프로그램(Urban Water Management Programme, UWMP)의 전담 기술사무국(Technical Secretariat) 운영기관으로 최종 승인된 것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하나의 국제 프로그램 사무국을 유치한 것을 넘어선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국제 물 분야에서 축적해 온 정책 경험과 기술 역량, 그리고 개발협력과 국제 파트너십을 통해 형성한 신뢰가 유네스코 체계 안에서 제도적으로 공인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국제 물 거버넌스 체계에서 단순 참여국(participant)의 역할을 넘어, 글로벌 도시물관리 의제를 기획·운영·확산하는 실행 파트너(executing partner)로 전환하게 되었다는 점은 물 분야 국제협력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본 고에서는 먼저 도시물관리의 국제적 중요성과 UWMP 수임 배경을 살펴보고, 이어 기술사무국 수임이 갖는 정책적·국제적 의미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UWMP 기술사무국의 운영 방향과 5개년 로드맵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한국수자원학회를 포함한 국내 물 분야 전문가 커뮤니티에 협력과 참여를 요청하고자 한다.

Ⅱ. 왜 지금 도시물관리인가

1. 기후위기와 도시화가 초래한 새로운 물 위협

도시는 인구와 경제활동이 집중되는 공간인 동시에, 물 위험이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도시물관리의 불확실성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강우 패턴 변화와 극한기상 현상의 빈도 증가는 기존 도시 인프라 설계 기준을 무력화하고 있으며, 도시 홍수와 가뭄 위험을 동시에 가중시키고 있다.
UN에 따르면 전 세계 도시 인구 비율은 현재 약 57% 수준에서 2050년에는 약 68%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약 25억 명 이상이 추가적으로 도시에 집중되는 것이다. 이러한 급속한 도시화는 물 공급, 하수처리, 배수 체계, 홍수관리 등 도시 물 시스템 전반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한다. 특히 UNESCO와 UN-Water에 따르면 현재 약 22억 명이 안전하게 관리되는 식수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약 35억 명은 안전한 위생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는 기존의 ‘설계기반(de-sign-based)’ 물관리 접근을 넘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적응형(adaptive) 물관리 체계 구축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도시물관리는 수량·수질·재해·에너지·토지이용·거버넌스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정책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2.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요구

도시물관리는 이제 개별 도시나 국가의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글로벌 공공 의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 도시들은 인프라 부족과 기후위기의 이중 부담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으며, 도시 차원의 통합 물관리(Urban Integrated Water Management)에 대한 국제적 수요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네스코는 도시물관리 문제를 IHP 핵심 전략 의제(Flagship Initiative, FI) 중 하나로 설정하였으며,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UWMP를 발전시켜 왔다. UWMP는 도시별 특성을 고려한 데이터 기반 진단과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과학적 지식과 정책·기술적 접근법, 도시 실행 경험의 공유, 역량 강화를 통해 진단 결과가 실질적인 정책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기획·조정하고 실행할 전담 사무국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 수임의 직접적 배경이다.

Ⅲ. UWMP 기술사무국 수임의 배경과 경위

1. 유네스코의 분산화 정책과 수임 요청

유네스코 IHP는 1975년 출범 이후 수문학 연구와 과학 기반 물 정책 협력을 촉진해 온 국제사회 유일의 정부간 물 분야 과학 협력 프로그램이다. 현재 추진 중인 IHP 제9단계(IHP-IX, 2022~2029)는 ‘Science for a Water Secure World in a Changing Environ-ment’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17개 핵심 플래그십 이니셔티브(FI)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UWMP는 이 중 하나로, 도시 차원의 통합 물관리 역량 강화와 과학 기반 정책지원을 위한 핵심사업이다.
2022년 유네스코 IHP는 재정 압박과 인력 부족으로 대규모 사업의 직접 수행에 한계를 인식하고, 역량이 검증된 UNESCO Water Family 소속 기관에 핵심사업 운영을 이전하는 분산화(Decentralization) 전략을 채택하였다. IHP 플래그십 이니셔티브 운영지침(FI Framework)에 외부기관 위탁을 명문화한 것이 그 제도적 근거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IHP는 한국의 i-WSSM을 UWMP 이행의 최적임 기관으로 평가하여 전담 기술사무국 설립을 공식 요청하였다.

2. 수임 경위

i-WSSM이 유네스코로부터 최초 제안을 받은 것은 2020년 8월이다. 이후 약 6년에 걸친 협의와 준비 끝에, 2026년 6월 제27차 유네스코 정부간수문프로그램(IHP) 이사회에서 공식 결의로 승인되었다. 이사회에서 IHP 사무국은 대한민국 정부와 i-WSSM의 UWMP 운영지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명하였으며, i-WSSM은 옵저버 발언을 통해 사무국 운영 책임 수행 의지를 밝혔다.

Ⅳ. 수임의 의미— 세 가지 차원

1. 왜 대한민국(i-WSSM)이 선정되었는가

UWMP 기술사무국의 대한민국 수임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내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도시물관리 실전 경험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은 결과다.
하나의 부처 중심으로 물이용, 물환경, 물안전을 통합적으로 기획·이행하는 통합물관리 체계를 비롯하여, 한강홍수통제소를 중심으로 한 홍수 예·경보 및 유역기반 홍수관리 체계, 올해 시범운영에 들어간 도시침수 예보체계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스마트 상수도(Smart Water Management) 및 누수 관리 기술, 도시 물순환 회복과 하수처리수 재이용, 저영향개발(LID) 중심의 치수 정책까지, 한국이 축적해 온 다각도의 실전 경험은 기후위기와 급속한 도시화로 복합적 물 문제를 겪는 개도국 도시들에게 실질적인 정책 모델이 될 수 있다. i-WSSM이 카테고리2 센터로서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꾸준히 수행해 온 물 관련 역량강화, ODA,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UNESCO Water Family 내에 구축한 신뢰 기반도 결정적 요인이었다.

2. ‘참여국’에서 ‘운영 파트너’로

이번 수임의 국제협력 측면에서 핵심은 역할의 질적 전환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제 물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사업에 참여해 왔으나, 대부분 프로그램의 협력 참여국 위치에 머물렀다. UWMP 기술사무국은 국제 프로그램의 기획·운영·네트워크 구축·정책 지원·성과 확산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즉, 이번 수임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국제 물 거버넌스 체계에서 단순 참여를 넘어 도시물관리 의제의 이행을 주도하는 운영 파트너로 역할을 확대하게 되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물 안보라는 글로벌 공공재 영역에서 대한민국의 책임과 기여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3. 한국 물 외교의 새로운 지평

UWMP 기술사무국 수임은 물 외교(water diplo-macy) 측면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기존의 물 외교가 국가 간 수자원 협력이나 개발협력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도시 단위의 기후 적응과 물 회복력 증진이라는 생활밀착형·실행 중심 의제로 확장될 것이다. 나아가 UWMP 다자협력 플랫폼으로 개도국 도시의 물관리 현황을 다각도로 진단·기획하고, 이를 양자 간 물 안보 협력(G2G)이나 다자개발은행(MDB) 펀딩 프로젝트와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한국의 선진 물관리 솔루션을 전 세계와 공유하고 교류하는 실질적인 물 외교 전략을 구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유네스코 Water Family, IHP 국가위원회, 카테고리2 센터, UNESCO Chairs, 국제기구, 연구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우리나라가 도시물관리 분야의 국제협력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다만 기술사무국 운영은 특정 기관만의 노력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향후 학계, 공공기관, 산업계, 지방정부 등 국내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참여가 실질적인 국제협력 성과로 이어지는 결정적 조건이 될 것이다.

Ⅴ. UWMP 기술사무국의 운영 방향과 5개년 로드맵

1. 비전·미션·전략 방향

미션: 모든 인류가 누리는 지속가능하고 건강하며 안전한 도시 물 환경 조성
비전: 과학적 혁신과 글로벌 협력을 통한 기후 탄력적 도시물관리 실현
핵심가치: 중립성(Neutrality)·포용성(Inclusivity)·개방성(Openness)
전략방향: Science(기술혁신)·Policy(정책지원)·Action(실행중심)

사무국은 단순 행정조직이 아니라 Science·Pol-icy·Action 기반의 실행형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UNESCO 본부(IHP)—기후에너지환경부—기술사무국(i-WSSM)의 연계 구조에, 자문위원회(Advisory Board)·핵심 파트너(Key Partners)·주제별 워킹그룹(Thematic Working Groups)이 결합된 개방형 플랫폼 구조다. 자문위원회는 유네스코 본부, IHP 국가위원회(한국·중국·케냐), UNESCO 카테고리2 센터(그리스), UNESCO Chairs(미국), 국제기구(IWRA) 등 7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UN-Habitat, UNEP, ADB, KOICA, ICHARM, SDU UNESCO Chair 등 10개 이상의 핵심 파트너와 협력체계를 구축하였다.

도시물관리 프로그램 자문위원회(Advisory Board) 위원

도시물관리 프로그램 자문위원회(Advisory Board) 위원

2. 핵심 기능

3. 5개년 중장기 로드맵

2026년 원년에는 거버넌스 확립과 기반 구축에 집중한다. 9월 대한민국국제물주간(KIWW)에서 공식 출범식을 개최하여 글로벌 비전을 선포한다. 2027년부터는 도시물관리 통합 보고서 발간, 진단 프레임워크 베타버전 개발, 도시물관리 포럼 개최 등을 통해 본격적인 성과 창출에 나선다.

Ⅵ. 국내 물 분야에 주는 시사점과 참여 요청

UWMP 기술사무국 수임은 우리나라 물 분야에 다층적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기회는 참여를 통해서만 현실이 된다.
학계 측면에서는 도시물관리, 기후 적응, 스마트 물관리, 도시 회복력 관련 연구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자원학회를 포함한 관련 학회가 UWMP 지식협력포럼, 글로벌 컨퍼런스, 공동연구, 전문가 네트워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협력 기반이 조성되었다.
공공기관과 연구기관 측면에서는 K-water, 한국환경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등의 기술과 정책 경험이 UWMP 진단 프레임워크 개발, 우수 사례 발굴, 역량강화 프로그램과 연계될 수 있다.
민간기업 측면에서도 도시 침수 대응, 스마트 물관리, 상하수도 운영, 물 재이용 분야에서 해외 도시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협력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사무국이 구축하는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는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연결 창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회를 실질적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정부·학계·공공기관·산업계 간 유기적 협력체계가 전제 조건이다. 국제협력은 단기 성과 중심 접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신뢰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Ⅶ. 맺음말

UWMP 기술사무국의 대한민국 수임은 국제 물 협력 역사상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수임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성과는 기술사무국이 전 세계 도시의 물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국제사회가 함께 활용하는 정책·기술·지식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때 완성된다.
UWMP는 특정 기관이나 국가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국제사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플랫폼이다. 대한민국이 사무국을 맡게 되었지만, 그 성공은 UNESCO Water Family와의 국제협력, 그리고 국내 물 분야 전문가 커뮤니티의 참여에 달려 있다.
2026년 9월,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에서 UWMP 기술사무국이 공식 출범하면 새로운 글로벌 도시물관리의 여정이 시작된다. 한국수자원학회 회원 여러분의 연구 성과와 현장경험이 UWMP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고, 다시 국제사회의 지식과 경험이 국내로 환류하는 선순환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한 관심과 참여를 진심으로 요청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