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03
• 도시침수 대응
도시침수 대응을 위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
시설의 구축 확대와 예방적 유지관리
2026/08/26

이강훈
가톨릭대학교
에너지환경공학과 부교수
diasyong@catholic.ac.kr
01 서론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의 시·공간적 변동성이 증가하고, 과거의 강우 관측자료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국지성 집중호우와 돌발강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강우가 집중되는 극한호우는 기존 확률강우량과 설계빈도를 기준으로 구축된 하수관로, 빗물펌프장 및 저류시설의 처리용량을 초과할 수 있다. 2022년 8월 서울지역에서는 동작구에 시간당 141 mm, 강남구에 시간당 116 mm에 달하는 극한강우가 발생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기존의 사후복구 중심 치수정책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이후 주요 지역의 방재성능목표를 상향하고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빗물펌프장, 저류조 및 하수관로 정비 등을 연계한 도시침수 대응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지역은 도로, 건축물 및 포장면과 같은 불투수면의 비율이 높아 강우가 토양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빠르게 지표유출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강우 발생 후 짧은 시간 안에 하수관로로 유입되는 유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관로의 통수능력을 초과하거나 하류 하천의 수위 상승으로 방류가 제한되면 관로 내 수위가 상승하면서 지표면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빗물받이 막힘, 관로 내 퇴적, 관로의 붕괴·파손·변형, 연결관 돌출, 이음부 단차와 이탈, 펌프장 기능저하 등도 배수성능을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도시침수는 단순히 강우량만으로 결정되는 현상이 아니라 강우특성, 토지이용, 지형, 관로상태, 저류시설의 잔여용량, 펌프 운전상태 및 방류수역의 수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도시 물순환 문제이다.
이러한 도시침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하수관로의 정비와 증설뿐 아니라, 강우 유출수를 일시적으로 저류하거나 침수취약지역 외부로 이송할 수 있는 대규모 방재시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밀도 도시지역에서는 지상부 공간 확보, 지하 매설물, 교통통제, 공사비 및 민원 등의 제약으로 인해 기존 관로를 대규모로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지하 40~50 m 내외의 깊은 공간에 대규모 터널을 설치하여 집중호우 시 유출수를 일시 저장하거나 하류 수역으로 이송하는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주요 구조적 대책으로 도입되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지하 깊은 공간에 설치된 대규모 터널을 통해 폭우 시 빗물을 저장하고 이후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의 도시침수 대응정책도 개별 시설 중심에서 유역 단위의 통합관리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이른바 도시침수방지법은 기후변화와 도시화에 따른 대규모 홍수에 대응하고 도시하천 유역의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24년 3월 15일부터 시행되었다. 동 법령은 하수도와 하천을 각각의 법률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하수도, 하천, 저류시설, 수로터널 및 기타 침수방지시설을 통합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시행령에서는 수로터널을 침수방지시설의 세부 범위에 포함하고 있어, 대심도 빗물저류배수터널의 계획·운영·사후관리가 국가 도시침수 대응체계의 주요 구성요소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림 1. 도시침수방지법에 따른 도시침수 대응체계의 전환
자료: 환경부(2023), 「도시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도시침수방지법은 과거 최대강우량과 기후변화의 영향을 고려하여 침수방지시설의 설계기준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 하천범람뿐 아니라 도시지역의 침수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도시침수예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2026년 6월 19일부터는 서울 강남역과 신대방역 일대를 포함한 6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법 시행 이후 최초의 도시침수예보가 실시되었다. 도시침수예보는 강우량, 하수도 수위, 도시하천 수위, 펌프장 정보 및 지형공간정보를 통합하여 예상 침수시간과 침수범위를 분석하고, 위험이 예상될 경우 지방자치단체·경찰·소방의 현장 대응과 대국민 안전안내문자를 연계하는 체계이다. 이는 도시침수 관리가 단순한 시설 설치와 사후복구 중심에서 벗어나 위험예측, 상황전파 및 선제적 대응을 포함하는 통합적 관리체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침수예보와 비상대응체계가 고도화되더라도 실제 강우 유출수를 안정적으로 수집·저류·배제할 수 있는 시설의 기능이 확보되지 않으면 침수피해를 근본적으로 저감하기 어렵다.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평상시보다 집중호우 시 기능의 중요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방재시설로서, 계획된 저류·배수성능을 필요한 시점에 안정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대심도 터널의 설치 확대와 함께 터널 구조물, 수직구, 수문, 스크린, 펌프, 전기설비 및 계측설비의 상태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시설별 중요도와 위험도를 고려하여 유지보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본 원고에서는 도시침수의 발생 특성과 도시 우수배제시스템의 구성을 검토하고,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중심으로 대심도 터널의 기능과 국내 구축 확대 방향을 살펴보았다. 또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의 안정적인 기능 유지를 위해 요구되는 유지관리 특성을 분석하고, 인벤토리 구축, 상태평가, 잔존수명 및 위험도 평가, 서비스 수준 설정과 중장기 투자계획을 포함하는 자산관리체계의 적용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02 도시 우수배제 시스템과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도시의 우수배제시스템은 강우 시 지표면에서 발생한 유출수를 빗물받이와 집수정으로 수집하고, 하수관로와 저류시설을 통해 이송·조절한 후 하천 또는 바다로 최종 방류하는 일련의 시설체계로 구성된다. 유역 상류에서는 산지와 도심 경계에서 발생한 빗물과 유출수를 집수하여 하류로 이송하고, 중류에서는 저류조와 같은 시설을 이용하여 첨두유출량을 일시적으로 저장하거나 분산한다. 하류에서는 확대된 하수관로, 유수지 및 빗물펌프장을 통해 집수된 빗물을 하천이나 바다로 배제한다. 자연방류가 가능한 경우에는 중력에 의해 우수를 배출하지만, 하천 수위가 높거나 지형적으로 자연방류가 어려운 지역에서는 펌프를 이용한 강제배수가 필요하다.
강우 발생 초기에는 빗물이 지표면의 경사를 따라 빗물받이와 집수정으로 이동한 후 하수관로로 유입된다. 그러나 도시화로 불투수면적이 증가하면 침투량이 감소하고 지표유출량과 유출속도가 증가한다. 강우 유출량이 하수관로의 통수능력을 초과하면 관로 내 수위와 압력이 상승하고, 저지대에서는 맨홀이나 빗물받이를 통해 우수가 역류할 수 있다. 특히 상류에서 유출수가 집중되는 저지대, 하류 하천의 수위가 높아 배수가 제한되는 지역, 관로 단면이 부족하거나 퇴적물이 많은 구간은 침수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하차도, 지하철역, 지하상가 및 반지하 주택과 같이 지표보다 낮은 공간은 소량의 유입수도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시설적 대책과 예·경보, 교통통제 및 주민대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림 2. 도시 우수배제시스템의 구성
기존 하수관로의 통수능력을 초과하는 유출수가 발생할 경우에는 우수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거나 유역 외부 또는 하류로 우회시키는 시설이 필요하다. 지상 저류조는 첨두유출량을 저감하고 하수관로로 유입되는 유량을 시간적으로 분산할 수 있으나, 토지이용도가 높은 도심에서는 대규모 부지 확보가 어렵다.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지하 깊은 공간을 활용하므로 지상부 토지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대규모 저류·이송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기능에 따라 저류형, 배수형 또는 저류·배수 복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류형 시설은 강우 시 유출수를 터널 내부에 일시 저장한 후 강우 종료 후 펌핑하여 배제하는 방식이고, 배수형 시설은 상습침수지역의 유출수를 수직구로 유입시킨 뒤 하류 하천이나 유수지까지 직접 이송하는 방식이다. 저류·배수 복합형은 초기에는 터널 내부에 우수를 저장하고 저류용량이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면 수두차 또는 펌프를 이용해 하류로 이송한다. 실제 시설에서는 강우강도, 유입수문 개방조건, 터널 수위, 하류 수위 및 펌프 운전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저류와 배수 기능을 조절해야 한다.
대심도 터널이 계획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표면과 기존 하수관로에서 유입수직구까지 유출수가 원활하게 도달해야 하며, 유입수문의 개폐, 스크린의 통수성, 터널의 잔여 저류용량, 펌프의 운전 가능 상태 및 하류 방류조건이 동시에 확보되어야 한다. 대심도 터널 자체의 규모가 충분하더라도 유입부의 통수능력이 부족하거나 스크린이 협잡물로 막히면 계획된 유량이 터널로 유입되지 못한다. 반대로 터널에 충분한 우수가 유입되더라도 펌프 또는 전력설비의 고장으로 적시에 배수하지 못하면 다음 강우에 사용할 수 있는 저류용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대심도 터널은 독립된 단일 시설이 아니라 하수관로, 저류시설, 펌프장, 하천 및 예·경보시스템과 연계하여 운영해야 하는 도시 우수배제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이다.
03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과 국내 대심도 터널 확대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월동과 강서구 화곡동 일대의 반복적인 침수피해를 저감하기 위해 구축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이다. 신월동과 화곡동 일대는 분지형 저지대와 주택 밀집지역이 포함되어 있고 기존 하수관로의 배수능력이 제한되어 집중호우 시 침수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2010년 9월에는 시간당 93 mm, 일 최대 302 mm의 집중호우로 약 6,000세대가 침수피해를 입었으며, 이를 계기로 기존 관로 정비와 함께 대규모 지하 저류배수시설이 추진되었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지하 약 50 m에 설치된 저류배수터널과 유도수로터널, 유입·유출수직구, 저지·고지수직구, 환기수직구, 유지관리수직구, 수문, 스크린 및 펌프설비 등으로 구성된다. 전체 터널 연장은 약 4.7 km이며, 저류배수터널의 주요 직경은 약 10 m, 유도수로터널의 직경은 약 5.5 m이다. 집중호우 시 신월동과 화곡동 일대의 유출수는 유입수직구를 통해 저류배수터널로 유입되고, 터널 내부에 일시 저장되거나 목동빗물펌프장 방향으로 이송된 후 안양천으로 최종 방류된다.
시설의 최대 저류용량은 약 32만 m³이며, 30년 빈도와 시간당 100 mm 수준의 집중호우에 대응하도록 계획되었다. 최대 처리용량은 분당 약 12,360톤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저류용량을 초과하는 유입수는 유입구와 유출구 사이의 수두차를 이용하여 목동빗물펌프장 유수지로 이송된 후 안양천으로 배제될 수 있다. 저류배수터널의 직경은 수리모형실험 결과를 반영해 기존 계획보다 확대되었으며, 이에 따라 저류용량도 18.2만 m³에서 32만 m³로 증가하였다.

그림 3.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의 구성과 주요 시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대심도 터널의 실질적인 침수저감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2022년 8월 호우 당시 신월 시설은 약 17만 톤의 빗물을 저류하였으며, 시설이 없는 조건을 가정한 모의분석에서는 약 37 ha의 면적과 600세대가 침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2020년 운영 이후 2022년 8월까지 강우 시 총 33회의 수문 가동이 이루어졌으며, 해당 기간 중 역류현상은 보고되지 않았다.
신월 시설은 도시침수 방지뿐 아니라 합류식 하수관로 월류수의 일시 저류를 통한 수질오염 저감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합류식 하수관로에서는 강우 초기 도로와 관로에 축적된 오염물질이 우수와 함께 고농도로 유출될 수 있다. 초기우수를 터널에 일시 저장한 후 하수처리 또는 관리된 방류조건과 연계하면 하천으로 직접 유입되는 부유물질과 유기물 등의 오염부하를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도시침수 저감과 수환경 보호를 동시에 지원하는 다기능 도시 물관리 기반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2022년 서울지역의 대규모 침수피해 이후 서울특별시는 침수취약지역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1단계 사업은 강남역, 도림천 및 광화문 일대를 대상으로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되고 있으며, 2단계는 사당역, 한강로 및 길동 일대를 대상으로 대상지 검토와 기본계획 수립이 진행되고 있다. 사당역 일대는 이수~과천 복합터널과 연계한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별도 추진되고 있으며, 한강로와 길동 일대는 2027년까지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이 계획되어 있다.
강남역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은 직경 6.5~10.6 m, 연장 5.8 km, 저류용량 약 48.5만 m³ 규모로 계획되었다. 도림천 일대 시설은 직경 10.4~12.0 m, 연장 4.54 km, 저류용량 약 40만 m³이며, 광화문 일대 시설은 연장 약 2.3 km, 직경 7.2~9.2 m, 저류용량 약 12.2만 m³ 규모이다. 세 시설은 2030년 1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 신월 시설을 포함한 네 개 시설에서 총 132.8만 톤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제시되었다.
대심도 터널의 확대는 도시의 침수 대응능력을 높이는 중요한 대책인 동시에, 장기간 운영하고 관리해야 할 대규모 공공자산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심도 시설은 건설비가 크고, 지하 깊은 공간에 위치하여 점검과 보수가 어렵기 때문에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부터 운영·유지관리·성능개선·폐기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집중호우 시 시설의 일부가 기능을 상실하면 저류·배수성능이 급격히 감소하여 대규모 침수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시설 설치 확대와 유지관리 기술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림 4. 서울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의 설치 현황 및 확대계획
04 대심도 빗물저류 배수시설의 유지관리 특성과 문제점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터널 구조물뿐 아니라 수직구, 수문, 스크린, 펌프, 배관, 전기설비, 계측설비, 환기설비 및 제어시스템 등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된 복합 기반시설이다. 각각의 자산은 고유한 열화특성과 고장형태를 가지지만, 전체 시설의 침수방지 기능은 개별 자산의 상호연계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유입수문이 정상적으로 개방되지 않으면 터널의 저류용량이 충분하더라도 유출수가 유입되지 못하며, 펌프 또는 전력설비가 고장 나면 강우 종료 후 터널에 저장된 우수를 배출하지 못하여 후속 강우에 대비한 저류용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심도 터널은 평상시보다 집중호우 시 시설의 중요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간헐적 운전시설이다. 평상시 운전빈도가 낮다는 이유로 시설의 열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장기간 정지상태가 지속되면 수문과 밸브의 고착, 펌프 부품의 열화, 전기·계측설비의 접촉 불량 및 센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상은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실제 강우 운전 시점에 기능고장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동작시험과 상태기반 점검이 필요하다.
강우 시에는 우수뿐 아니라 토사, 나뭇가지, 플라스틱류 및 도로 표면의 오염물질이 함께 유입될 수 있다. 협잡물은 유입구와 스크린을 막아 유량을 감소시키고, 토사는 터널 바닥에 퇴적되어 유효 저류용량과 통수단면을 감소시킬 수 있다. 펌프에 고형물이 유입되면 임펠러 마모, 진동 증가, 효율 저하 및 과부하 운전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강우 전후 스크린과 유입부 점검, 터널 내부 퇴적량 조사 및 펌프 운전상태 확인이 필요하다.
대심도 시설의 내부는 높은 습도, 잔류수, 제한된 환기 및 부식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합류식 하수관로 월류수가 유입되는 경우 유기물 분해에 의해 황화수소가 발생할 수 있으며, 염화물과 산성물질은 금속설비와 콘크리트 구조물의 열화를 촉진할 수 있다. 펌프와 배관의 금속재료는 부식, 국부손상 및 표면 피막의 열화에 노출될 수 있고, 콘크리트 구조물은 균열, 누수, 박리, 철근부식 및 화학적 침식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심도 시설의 상태평가는 구조적 안전성뿐 아니라 수질, 대기환경, 퇴적, 부식 및 기계·전기설비의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재 유지관리는 주로 육안검사, 동작검사, 계측값 확인 및 정기점검을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현재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데 유효하지만, 운영자의 경험에 의존하여 상태를 판단하거나 점검 결과가 문서와 개별 파일에 분산되는 경우 시설별 상태변화와 고장이력을 장기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또한 정기점검 시점 사이에 발생하는 상태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유지보수가 고장 발생 이후에 이루어지는 사후대응형 관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림 5.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유지관리 패러다임의 전환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은 기반시설의 계획, 설계, 건설, 운영, 유지관리, 성능개선, 해체 및 처분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총비용을 생애주기비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시설의 안전성, 사용성 및 내구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제적 관리를 통해 노후화에 따른 생애주기비용을 최소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심도 터널의 유지관리도 단기적인 보수와 고장 대응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시설상태, 위험도, 서비스 수준 및 재정계획을 연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환경부는 공공하수도 시설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시설별 자산목록 구축, 상태평가, 유지관리 이력관리 및 중장기 투자계획 수립을 포함하는 자산관리체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공공하수도 자산관리체계 구축 업무매뉴얼」을 마련하였다. 공공하수도 자산관리는 시설의 위치, 규격, 설치연도 및 내용연수와 같은 기본정보뿐 아니라 점검결과, 상태등급, 고장이력 및 유지보수 이력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설별 유지관리 우선순위와 개량시점을 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일반적인 공공하수도 시설보다 규모가 크고 접근성이 낮으며, 집중호우 시 일부 시설의 기능상실이 도시침수 피해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일반 공공하수도의 자산관리 절차를 기반으로 하되, 대심도 터널의 구조적 특성, 수리학적 기능, 유입수의 환경적 특성 및 간헐적 운전조건을 반영한 별도의 상태평가 기준과 유지관리 의사결정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림 6.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의 자산관리 구축 절차
5.1 인벤토리 DB 구축
인벤토리 DB 구축은 관리대상 시설의 위치, 형식, 규격, 재질, 설치연도, 설계성능, 내용연수 및 유지보수 이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단계이다. 대심도 시설은 터널-
수직구–기계설비–전기설비–계측설비와 같이 기능과 공간을 기준으로 계층화할 수 있다. 각각의 자산에는 표준화된 관리번호를 부여하고, 준공도서, 기술진단보고서, 설비대장, 공사계약자료 및 유지보수 이력을 관리번호와 연계해야 한다.
자산 계층구조는 관리 목적에 따라 시설, 구조물, 설비 및 부품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목동펌프장을 상위 시설로 설정하고, 그 하위에 펌프설비, 전동기, 배관, 밸브, 제어반 및 계측센서를 배치할 수 있다. 펌프설비는 다시 펌프 본체, 임펠러, 축, 베어링 및 밀봉장치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러한 계층구조는 특정 부품의 이상이 상위 설비와 전체 시설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반이 된다.
인벤토리 DB에는 정적 정보와 동적 정보를 함께 연계해야 한다. 정적 정보는 자산의 규격, 위치, 설치연도 및 재질과 같이 비교적 변하지 않는 정보이며, 동적 정보는 점검결과, 상태등급, 고장이력, 유지보수 이력, 센서값 및 운전시간과 같이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정보이다. 자산코드를 기준으로 정적·동적 정보를 연계하면 특정 설비의 과거 상태변화와 현재 운전상태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5.2 자산 상태평가
대심도 터널 구조물의 상태평가를 위해서는 균열, 누수, 박리, 백태, 철근노출, 단면손실 및 변형 등의 손상유형을 구분하고, 손상의 위치·범위·심각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기록해야 한다. 특히 동일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확대되는 균열과 누수는 구조물의 장기적인 내구성과 사용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전 점검결과와 비교하여 진행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구조물 점검결과는 터널 구간, 수직구 및 시설별 관리번호에 따라 정리하고, 손상 위치도, 현장사진, 손상규모, 상태등급 및 보수이력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동일 구간의 점검결과를 시계열적으로 비교하면 손상의 발생과 진행경향을 파악할 수 있으며, 상태변화가 크거나 안전성과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구간을 우선적인 정밀조사 및 보수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다.
또한 구조물 상태평가 결과는 기계·전기설비의 기능상태와 함께 검토해야 한다. 터널 내부의 누수와 높은 습도는 전기설비 및 금속부품의 열화를 촉진할 수 있고, 퇴적물의 증가는 통수단면과 저류용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구조물, 기계설비, 전기설비 및 시설의 수리학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태평가가 필요하다.
5.3 잔존수명 예측과 가치평가
잔존수명은 자산이 최소 요구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남은 기간을 의미한다. 상태평가 이력이 충분한 경우에는 시간에 따른 상태등급 변화를 회귀모델이나 확률모델로 분석하여 자산이 한계상태에 도달하는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상태평가 이력이 부족한 비핵심자산은 법정 내용연수와 제조사의 권고수명을 적용할 수 있으나, 핵심자산은 현장 운전자료, 고장이력 및 실험자료를 이용한 별도의 열화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터널 구조물과 금속설비의 열화특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현장조사와 실내 촉진열화실험을 연계할 수 있다. 대심도 시설에서 예상되는 고습도, 산성물질, 염화물 및 산화성 물질 등의 환경을 모사하고, 재료의 강도, 질량변화, 표면손상, 부식생성물 및 전기화학적 특성을 평가할 수 있다. 실험에서 도출된 열화속도와 현장 상태평가 결과를 교차검증하면 단순 내용연수보다 시설 특성을 반영한 잔존수명 예측이 가능하다.
자산 가치평가는 자산의 재조달가액, 감가상각, 잔존수명 및 기능적 중요도를 종합하여 수행할 수 있다. 단순한 회계가치뿐 아니라 자산 고장으로 인한 침수피해, 서비스 중단 및 긴급복구비용을 고려하면 방재시설의 실질적인 가치를 보다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5.4 서비스 수준 설정
서비스 수준은 관리기관이 이용자와 사회에 제공하고자 하는 시설의 성능목표를 의미한다. 대심도 터널의 서비스 수준은 단순한 구조물 상태뿐 아니라 침수방지 기능, 펌프 가동 신뢰성, 비상대응시간, 저류용량 확보율, 퇴적관리, 악취·대기환경, 수질오염 저감 및 시민안전 등을 포함해야 한다.
서비스 수준은 현재 수준과 목표 수준으로 구분하여 설정할 수 있다. 현재 수준은 점검결과, 운전자료, 민원 및 사고이력을 통해 평가하고, 목표 수준은 법적 기준, 시설의 설계목표, 관리기관의 정책 및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설정한다. 현재 수준과 목표 수준의 차이가 큰 항목은 우선적인 개선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다. 관리기관, 운영자, 설계자, 외부 전문가 및 시민의 요구를 함께 반영하면 기술적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균형 있게 고려할 수 있다.
5.5 위험도 평가와 개량수요 예측
위험도는 일반적으로 고장 가능성(Probability of Failure)과 고장 결과(Consequence of Failure)를 결합하여 평가한다. 고장 가능성은 상태등급, 사용연수, 고장이력, 운전시간 및 열화환경을 이용해 산정할 수 있으며, 고장 결과는 침수방지 기능의 저하, 인명·재산피해 가능성, 환경영향, 복구비용 및 서비스 중단기간을 고려하여 평가할 수 있다.
동일한 상태등급의 자산이라도 고장결과가 크면 높은 유지관리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비설비가 없는 핵심 펌프나 주전력 공급설비는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더라도 고장 시 전체 배수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반면 고장 시 영향이 제한적이고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은 상태가 다소 저하되더라도 계획정비 시점까지 사용할 수 있다.
개량수요는 기술진단 결과, 목표 서비스 수준, 잔존수명, 위험도 및 자산의 중요도를 종합하여 산정한다. 이를 통해 어느 자산을 언제 보수·보강·교체해야 하는지 결정하고, 연도별 개량수요와 필요한 예산을 예측할 수 있다.
5.6 최적투자계획과 재정수지 분석
최적투자계획은 제한된 예산 내에서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목표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유지관리 대안과 시행시점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자산별로 무조치, 점검 강화, 보수, 보강 및 교체 등의 대안을 설정하고, 각 대안에 필요한 비용과 상태개선 효과를 비교할 수 있다. 생애주기비용 분석을 적용하면 초기 보수비용뿐 아니라 향후 점검비, 운영비, 고장복구비 및 교체비를 함께 고려할 수 있다.
개별 자산의 최적 시점을 단순히 합산하면 특정 연도에 교체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 따라서 시설 전체의 연도별 예산과 위험도를 고려하여 사업시기를 분산하고,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중장기 투자계획이 필요하다. 재정수지 분석은 향후 발생할 유지관리비, 성능개선비 및 교체비를 예측하고 관리기관의 예산 확보 가능성과 비교함으로써 시설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지원한다.
06 맺음말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집중호우와 극한강우의 증가는 기존 도시 우수배제시스템의 한계를 확대하고 있다. 도시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하수관로, 빗물펌프장, 저류시설, 하천 및 예·경보체계를 유역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도시침수방지법의 시행과 최초 도시침수예보의 도입은 국내 도시침수 관리가 시설별·사후대응 중심에서 통합적·예방적 관리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고밀도 도시지역에서 대규모 저류·배수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방재시설이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실제 집중호우에서 침수피해를 저감한 대표적인 사례이며, 서울특별시는 강남역, 도림천, 광화문, 사당역, 한강로 및 길동 일대로 대심도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심도 터널의 확대는 장기간 관리해야 할 고비용 공공자산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시설 설치와 함께 운영·유지관리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대심도 터널의 안정적인 기능 유지를 위해서는 자산 인벤토리, 상태평가, 잔존수명, 서비스 수준, 위험도, 최적투자계획 및 재정수지 분석을 연계한 자산관리체계가 요구된다. 또한 터널 수위와 펌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AI를 이용하여 미래 상태를 예측하면, 고장 발생 이후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상 징후를 사전에 인지하고 대응하는 예방적 운영이 가능하다. 구조물 영상진단, BIM, SLAM, 실시간 센서, AI 예측 및 자산관리시스템의 통합은 대심도 시설의 물리적 상태와 운영상태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향후 신월 시설에서 축적되는 운영·점검·보수자료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신규 대심도 터널에 표준화된 자산관리체계를 적용한다면, 시설의 신뢰성과 수명을 향상하고 유지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대심도 시설의 최적 기능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극한강우에 대한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고, 도시침수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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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2023). 도시침수방지법 주요 내용.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4).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및 같은 법 시행령.국가법령정보센터. (2026).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
- 기후에너지환경부. (2026). ‘도시침수방지법’ 시행 후 첫 도시침수예보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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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울특별시. (2026c). 사후복구에서 예방 중심 치수정책으로의 전환 및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추진현황. C hang, S. (2016). Bracing up for the big flood. China Daily, Hong Kong Edition, 2016. 12. 29, p.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