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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기후변화와 홍수관리

안시권 한국하천협회 회장

안시권
한국하천협회 회장
skahn36@gmail.com

최근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강우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홍수 위험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에서 하루 426.4㎜, 전북 군산에서 시간당 152.2㎜의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하는 등 200년 이상 빈도에 해당하는 수준의 극한강우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과거의 경험과 기존의 설계기준만으로는 홍수에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음을 보여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보다 체계적인 홍수관리의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하천정비와 치수사업, 댐과 저수지 건설, 홍수예보 기술의 발전 등을 통해 홍수 피해를 줄이고 안정적인 물관리 기반을 구축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강우의 규모와 발생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지역별·계절별 강수 편차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유역을 고려한 통합적인 홍수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홍수 조절과 안정적인 물 이용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과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홍수관리는 홍수를 안전하게 조절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물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기능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댐과 저수지는 집중호우 시 홍수를 조절하고 평상시에는 생활·농업·산업용수를 공급하는 국가 물관리의 핵심 기반입니다.

올해 장마철에도 중부지역에는 많은 비가 내린 반면 남부지역은 강수 부족으로 일부 댐의 저수율이 크게 낮아지는 등 지역별 강수 편차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앞으로는 홍수와 가뭄에 함께 대응하는 것은 물론 생활용수와 산업용수, 나아가 반도체 등 국가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물 저장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합니다.

효율적인 홍수관리를 위해서는 하천의 통수능 확보가 중요합니다. 국가하천은 지속적인 정비를 통해 관리 수준이 향상되고 있으나, 지방하천의 제방정비율은 48.8%(2023년 기준)에 머물러 있으며 홍수 피해도 지방하천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험도가 높은 구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비하고, 하도 내 퇴적으로 통수능이 저하된 구간은 환경을 고려한 준설과 퇴적토 관리를 통해 통수능을 확보해야 합니다.

도시지역의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대심도 빗물터널과 지하방수로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하수관로와 빗물펌프장의 배수 능력도 기후변화에 맞게 개선해야 합니다. 서울 신월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2022년 8월 집중호우 당시 침수 피해 저감에 기여한 데 이어, 올해 장마철에도 총 26만8000톤의 빗물을 저장하며 도시 침수 대응의 효과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2022년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역과 광화문 일대에서도 대심도 빗물터널 등 방재 인프라 구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 방재 인프라 확충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시대의 홍수관리는 기반시설 확충만으로 완성될 수 없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디지털트윈, 실시간 수문관측과 예측기술 등 디지털 기술은 홍수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검증과 현장 적용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과 함께 수문·수리, 하천공학, 도시계획, 방재, 환경,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합니다. 연구 성과가 정책과 현장에 충실히 반영되고, 현장의 경험이 다시 연구와 기술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위험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물 저장 기반 확충과 하천의 통수능 확보, 도시 침수 대응, 디지털 기술 활용이 서로 연계된 종합적인 홍수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기후변화 시대에는 과학적 분석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물관리 정책과 기술을 제시하는 하천 및 수자원 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한국하천협회는 앞으로도 한국수자원학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홍수관리 기술과 정책 발전을 지원하고, 산·학·연·관의 협력을 통해 연구 성과가 정책과 현장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안전한 하천환경 조성과 지속가능한 물관리 체계 구축에 기여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