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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재해의 패러다임,
가뭄과 홍수가 결합된 복합수재해

나우영 동아대학교건설시스템공학과 조교수

나우영
동아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조교수
wna92@d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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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바야흐로 기후위기(climate crisis)의 시대가 도래했다. 급격한 기온 상승과 맞물려 요동치는 기후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실로 막대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비정상성(nonstation-arity)을 띤 재해들이 전례 없는 규모로 출현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는 가뭄, 홍수, 폭염, 산불 등의 소식은 이제 더 이상 이례적인 뉴스로 다가오지 않을 정도다.
우리가 최근 체감하고 있는 자연재해의 또 다른 특징은 여러 극한 사상(events)들이 서로 결합하여 나타난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다 대기강(atmospheric river)에 의한 대홍수를 맞이했다.
유럽 역시 2021년 최악의 홍수에 이어 500년 빈도의 대가뭄을 연이어 겪으며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지역적 편차는 있겠으나,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른바 복합재해(compound hazard)라 불리는 다차원적 재해의 빈발은 이미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Bevacqua et al., 2021; Messori et al., 2021). 더욱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향후 그 발생 횟수와 파괴력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Bevacqua et al., 2023). 본 고에서는 이러한 거시적 변화 속에서, 복합재해의 정의와 유형, 요구되는 자료의 특성, 물 관련 복합재해에 대한 분석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2. 복합재해에 대하여

복합재해는 두 개 이상의 재해 유발 인자(drivers)나 재해 현상(hazards)이 시공간적으로 상호작용하여 사회·경제적 혹은 환경적 피해를 가중시키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때 결합하는 재해들은 서로 이질적이거나 동질적일 수 있으며, 그 결합 방식 또한 시공간적으로 매우 다차원적인 특성을 지닌다. 주목할 점은, 개별 재해 인자 단독으로는 그 위험성이 크지 않더라도 이들이 결합할 경우 비선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피해 발생 확률과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복합재해의 파급력은 단순한 산술적 합을 크게 상회한다. 따라서 기존의 단일 재해 중심의 평가 기법을 복합재해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실제 내재된 위험도를 심각하게 과소평가하는 한계를 지니게 된다.
복합재해 관련 연구를 선도하는 Helmholtz Centre for Environmental Research의 Jakob Zscheischler 연구팀은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해를 발생 기작에 따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그림 1). 첫째, ‘사전 조건화된 복합재해(Precondi-tioned compound events)’이다. 이는 특정 기상·수문학적 조건이 선행되어 후속 재해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는 경우를 뜻한다. 장기간의 선행 강우로 인해 토양수분이 포화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호우가 유입되어 홍수 위험이 극대화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둘째, ‘다변량 복합재해(Multivariate compound events)’ 로, 동일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재해 인자가 동시에 발생하여 피해를 가중시키는 형태이다. 주로 연안 지역에서 조위 상승(만조)과 강한 호우, 그리고 하천의 고수위가 중첩되며 복합홍수(compound flooding)를 유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셋째, ‘시간적 연속성 복합재해(Temporally com-pounding events)’는 동일 지역에서 여러 재해가 짧은 시차를 두고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유형이다. 극심한 가뭄 직후에 홍수가 발생하거나 그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어, 수자원 확보 및 치수 관리에 심각한 교란을 초래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넷째, ‘공간적 복합재해(Spatially compounding events)’로, 서로 다른 여러 지역에서 동일한 유형의 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유럽, 북미 등 주요 대륙에서 유사한 시기에 가뭄이 발생하여 전 지구적인 식량 안보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 그 예이다. 기후변화의 심화로 인해 수문 기상학적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향후에는 이러한 기존의 네 가지 범주를 넘어서는 더욱 새롭고 복잡한 형태의 복합재해 유형이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학계 및 실무에서는 복합재해 중에서도 특히 연안 도시에서 발생하는 복합홍수(compound flood-ing)에 지속적인 주목을 해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인구와 주요 산업 시설이 밀집된 연안 해안 도시가 다수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륙 도시의 침수 피해가 주로 국지적인 지형 특성이나 내수배제 시스템의 용량 한계에 기인하는 반면, 연안 도시의 홍수는 조위 상승, 집중호우, 폭풍해일, 그리고 하천 수위 상승 등 다차원적인 수문·해양학적 인자들이 중첩되어 발생한다. 특히 국가 핵심 산업인 조선업 및 대규모 해안 인프라가 집중된 부산, 울산, 창원 등 동남권 메가시티는 이러한 연안 복합홍수 위험에 구조적으로 크게 노출되어 있다.
나아가 복합재해는 그 유형의 다양성과 발생 양상의 지역적 편차로 인해 명확한 발생 기작(mecha-nism)을 규명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일례로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극한 기상 현상은 해당 지역의 국지적 조건뿐만 아니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원거리의 기후 변동성(climate variability)에 의해 촉발될 수도 있다. 이는 복합재해를 위시한 극한 자연재해가 본질적으로 전 지구적 규모의 대기-지표-해양(Atmo-sphere-Land-Ocean) 시스템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기인하기 때문이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기후 시스템의 비선형적 역학 관계인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및 원격상관(Teleconnection)의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복잡성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물리적 기반의 역학 모델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 추론을 통해 재해의 복합적인 거동과 시공간적 상관관계를 명확히 이해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Wang et al., 2024).

Type 1: 선행 조건을 갖춘 복합재해

Type 1: 선행 조건을 갖춘 복합재해

Type 2: 동시 발생 복합재해

Type 2: 동시 발생 복합재해

Type 3: 시간 지연 복합재해

Type 3: 시간 지연 복합재해

Type 4: 원격 결합 복합재해

Type 4: 원격 결합 복합재해

그림 1. Zscheischler et al. (2020)의 네 가지 복합재해 유형. Modulator는 기후시스템의 변동성이며 Driver를 조성함, Driver는 Hazard를 유발하는 기상학적 현상, Hazard는 Driver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재해, Impact는 복합재해의 발생으로 인해 유발되는 피해를 의미함

3. 자료의 중요성

복합재해 연구에 있어 양질의 방대한 데이터 확보는 필수적인 선결 과제이다. 복합재해는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기후 및 수문 변수가 동시에 극한 상태에 도달할 때 발생하므로, 단일 재해에 비해 관측되는 사상(event)의 빈도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복합재해의 위험도를 정량화하고 통계분석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표본(sam-ple) 크기의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나아가 기후변화에 따라 미래에 복합재해가 어느 정도의 빈도와 강도로 발생할 것인지 전망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그러나 기존의 일반적인 관측 자료나 단일 궤적(single-trajectory) 기반의 미래 시뮬레이션자료는 희소한 복합재해 사상을 충분히 모의하고 기후시스템의 불확실성을 평가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훌륭한 대안으로 단일모형 대규모 기후앙상블(Single Model Initial-con-dition Large Ensemble, 이하 SMILE) 자료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Kay et al., 2015). 2010년대에 그 개념이 정립된 이후, 현재 미국 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를 비롯한 7개 이상의 주요 연구기관에서 SMILE 자료를 생산 및 관리하고 있다.
SMILE은 인위적인 기후변화 요인과 기후시스템 내부의 자연적 변동성(internal variability)을 모두 고려하여 생산되는 기후 모의 자료이다.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인위적 영향은 특정 미래 시나리오(예: RCP8.5 또는 SSP5-8.5)를 통해 반영하며, 기후의 내부 변동성은 모의 초기 조건에 극히 미세한 섭동(10-14 K 수준)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현한다.
SMILE은 모의 성능이 검증된 단일 기후모형 내에서 통상 30~50개의 앙상블 멤버를 생성한다. 이렇게 구축된 대규모 앙상블 멤버들은 미래에 발현 가능한 기후 전망의 범위를 폭넓게 제시함과 동시에, 발생 확률이 극히 낮은 복합 수재해 사상의 표본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결과적으로 다변량 확률 모델링을 통한 위험도 산정, 재해 특성 및 변수 간의 상관도 분석의 신뢰도를 대폭 향상시킨다. 즉, SMILE 자료는 단순한 미래 기후의 평균적 예측을 넘어 기후시스템의 변동성에 기인한 불확실성까지 정량적으로 구현해 낸다. 이를 통해 발생 가능한 다수의 복합재해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미래 전망에 대한 통계적 강건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에는 특정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상세화 및 편의보정(bias-correction) 절차까지 수행된 SMILE 기반 자료들이 제공되고 있다.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구축된 Canadian Large Ensembles Adjusted Data-set (CanLEAD)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Cannon et al., 2022). CanLEAD는 총 50개의 독립적인 미래 전망 궤적을 제공하며, 이는 2100년에 현실화될 수 있는 50가지의 서로 다른 지구 기후의 대안적 미래(그림 2)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동아시아 지역의 수자원 및 방재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d4PDF (database for Policy Decision-making for Future climate change) 앙상블 자료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Ishii and Mori, 2020).

그림 2. CanLEAD 단일모델 대규모 기후앙상블에서 생산된 북아메리카 지역의 2071-2100년 상위 98% 일 강수량 분포

그림 2. CanLEAD 단일모델 대규모 기후앙상블에서 생산된 북아메리카 지역의 2071-2100년 상위 98% 일 강수량 분포

4. 가뭄-홍수 복합수재해 발생 분석 및 전망 사례

본 고에서는 Zscheischler et al. (2020)이 제시한 복합재해 유형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가뭄과 홍수라는 양극단의 수문 현상이 짧은 시차를 두고 교차 발생하는 ‘복합 수재해’ 사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가뭄과 홍수의 급격한 전이(transition)는 댐 운영 및 용수 공급 체계에 심각한 교란을 초래한다. 특히,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토양의 소수성이 증가한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강수의 토양 침투능이 저하되어 표면 유출이 급증함으로써 홍수 피해가 가중된다. 반대로 홍수 직후 가뭄이 발생하는 패턴은 식생 생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이러한 형태의 극단적 수문 사상은 국내보다 해외 학계에서 일찍이 주목해 왔으며, 강수 채찍(Precipitation whiplash), 수문학적 시소(Hydrological seesaw), 수문기후학적 진동(Hydroclimatic swing) 등 다양한 용어로 명명되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Tan et al., 2023; Swain et al., 2025).
이와 관련하여 Lee et al. (2025)은 동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과거부터 최근까지 복합 수재해의 발생 특성 및 시공간적 변화를 분석하였다. 해당 연구에서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서 제공하는 9km 공간 해상도의 기후 재분석 자료인 ERA5-Land를 활용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기온, 강수량, 토양수분 데이터를 비모수적(non-parametric) 방식으로 결합하여 지표면의 물 부족 및 수자원 확보 상태를 정량화하였다. 연구진은 가뭄에서 홍수(Drought-to-Wet, D2W), 혹은 홍수에서 가뭄(Wet-to-Drought, W2D)으로의 전이가 12개월 이내에 발생하는 상황을 복합 수재해로 정의하고, 1951년부터 2020년까지 70년간의 장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생 빈도의 증감 경향성을 평가하였다.
분석 결과, 한반도는 이러한 복합 수재해의 발생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으며 그 가능성 또한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제시된 <그림 3>에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이 붉은색 계열로 나타나는 것은 복합 수재해 발생 빈도의 유의미한 증가 경향을 방증한다. 특히 경상남도 지역의 경우, 가뭄 후 홍수(D2W), 홍수 후 가뭄(W2D), 홍수-가뭄-홍수(WDW), 홍수-홍수-가뭄(WWD) 등 다중 전이 형태의 복합재해 발생이 타 지역에 비해 두드러지게 관측되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최근으로 올수록 극단적 수문 현상의 교차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가 수자원 확보 및 치수 관리의 불확실성과 난이도가 지속적으로 가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두 개의 수재해가 지연 결합된 복합사상의 발생 증감 경향>

<세 개의 수재해가 지연 결합된 복합사상의 발생 증감 경향>

그림 3. Lee et al. (2025)에서 확인한 1951-2020년까지 70년간 동아시아 지역의 복합수재해 발생 횟수 변화 경향. 붉은색은 증가, 푸른색은 감소 경향을 나타냄. D2W: 가뭄에서 홍수 전이, W2D: 홍수에서 가뭄 전이, DDW: 가뭄-가뭄-홍수 전이, DWD: 가뭄-홍수-가뭄 전이, WDW: 홍수-가뭄-홍수 전이, WWD: 홍수-홍수-가뭄 전이.

앞서 소개한 SMILE을 활용하여 북아메리카의 가뭄-홍수 복합수재해 발생 양상을 전망한 사례도 있다. Na and Najafi (2024)에서는 CanLEAD 자료를 이용하여 건조(습윤)→습윤(건조) 전이 사상의 변화를 전망하였다. 기상학적, 농업적, 수문학적 극단 상황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meta-Gaussian model을 이용하여 이 세 가지 지표를 삼변량 건습 지수라는 하나의 통합된 지표로 병합한 것이 큰 특징이다. 또한 50개의 앙상블 멤버 데이터를 풀링(pooling)하여 극단적 기후 이벤트 추정을 위한 표본 크기를 크게 늘렸으며, 기준 기간(1981~2010년) 데이터의 하위 10%와 상위 10% 임계값을 적용해 개별 건조 및 습윤 기간을 정의하였다. 최대 12개월 이내에 발생하는 건조에서 습윤(D2W) 및 습윤에서 건조(W2D)로의 전환 이벤트를 식별한 후, 다양한 온난화 수준(+1.5, +2.0, +3.0, +4.0°C)에 따른 시간적 특성(발생 빈도, 지속 시간, 전환 시간, 변동 강도 등)과 공간적 특성(공간 비율, 집계 지수)의 변화를 추정하였다.
분석 결과, 기후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북미 전역에서 수문기후학적 전환 현상이 훨씬 더 빈번해지고 그 정도가 강해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기온 상승 폭이 커질수록 가뭄에서 홍수로, 혹은 홍수에서 가뭄으로 변하는 전환 시간(transition time)은 짧아지는 반면 변동 강도(swings intensity)는 커져, 극단적 기후 전환이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일어날 것이며(그림 4), 공간적으로도 이러한 극한 전환 현상의 영향을 받는 면적이 점차 넓어지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또한 계절적 관점에서는 온난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겨울은 더 습해지고 여름은 더 건조해지는 패턴이 나타나며, 이것이 계절 간의 극단적인 수문기후학적 전환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4. Na and Najafi (2024)에서 확인한 북아메리카 지역의 다양한 온난화 수준(+1.5, +2.0, +3.0, +4.0°C)에 따른 전환 시간, 변동 강도의 변화. 산점도에서 점들이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이동할수록 건조(습윤)→습윤(건조) 전이가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일어남을 의미함.

그림 4. Na and Najafi (2024)에서 확인한 북아메리카 지역의 다양한 온난화 수준(+1.5, +2.0, +3.0, +4.0°C)에 따른 전환 시간, 변동 강도의 변화. 산점도에서 점들이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이동할수록 건조(습윤)→습윤(건조) 전이가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일어남을 의미함.

5. 마치며

미래에는 복합수재해가 더욱 극심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Clausius-Clapeyron relation에 따르면, 대기의 온도가 1°C 상승할 때마다 포화수증기량은 약 7%씩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가용 수분이 많아져 단일 강우 사상의 규모와 강도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강우 발생의 시간적 간격(무강우일수) 또한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온난화는 극한 홍수와 극심한 가뭄이라는 상반된 재해의 발생 위험도를 동시에 팽창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치명적인 상황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가령 상류 유역에 홍수가, 하류 유역에 가뭄이 발생하는 공간적 복합재해 시 단순한 댐 방류는 하류의 가뭄 해소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조치로 오인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 가뭄으로 인해 토양 표면의 소수성이 극도로 증가한 상태에서 방류량이 급증할 경우, 지표 침투능 저하로 인해 급격한 표면유출이 발생하여 하류에 예기치 못한 돌발홍수를 유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복합적인 수문 조건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더불어 장기화되는 가뭄에 대비하여 하수처리수 재이용, 빗물 활용, 인공강우 등 대체 수자원의 적극적인 확보 및 다변화 전략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복합재해의 빈발은 기존의 단일 재해 중심 수자원 확보 및 관리 체계에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시공간적으로 상이한 기작을 가진 재해들이 연쇄적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방재 역량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나, 이를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표준화된 대응 방안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벌어지는 자연의 채찍을 지혜롭게 마주할 수 있는 과학적, 공학적 해답을 찾길 바라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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