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유리 동물원⌟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짐: 그럼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지?
로라: 별로-하는 일이 없어요 그렇다고 넋 놓고 앉아만 있다고 생각하진 말아요!
내가 수집한 동물들은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어요 유리란 상당히 조심해서 다뤄야 하니까
짐: 무슨 말이지? – 유리라니
로라: 유리동물원 수집 말예요 –난 유리동물들을-(그녀는 헛기침을 한다 그러고는 몹시 수줍어서 다시 고개를 돌린다)
짐: (불쑥)내가 로라의 괴로움이 무언지 말해볼까? 그건 일종의 열등감이야! 열등감이 뭔지 알아? 자기 자신을 업신여기는 걸 열등감이라고 해, 나 역시 열등감을 이해해, 나 역시 열등감에 휘말린 적이 있거든
물론 내 경우는 로라의 경우처럼 심각하진 않았지만, 내가 열등감을 이겨 낸 건 화술 공부를 해서 목소리도 단련하고 과학에 소질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나서야 그 전까지만 해도 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었지! 난 결코 정식으로 과학교육을 받은 건 아니지만 친구 말이 의학을 전공한 의사보다도 내가 사람을 더 잘 분석한다는 거야
그 친구 말이 꼭 맞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나는 어느 정도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어…..
….. 그래- 내 판단에 의할 것 같으면 그것이 로라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한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가져도 될 만큼의 자신감도 없다 이거야 로라가 하는 말을 들어보고 내가 관찰한 데에 근거를 두고 하는 말이야
말하자면 고교 때 발걸음 소리만 해도 그렇지 발소리가 좀 나기로서니 뭐 그리 대순가? 교실에 들어가는 게 두려웠다고 했지?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는지 알아? 학교를 그만 두었다고 결국 그놈의 구둣굽 소리 때문에 학교 공부를 포기한 거라고
내 보기엔 귀를 기울이고 들어야 겨우 들릴까 말까한 그 소리 때문에 말이야! 거의 눈에 띄지도 않는,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공연히 쓸데없는 망상을 몇 천 배로 확대한 거지 뭐야!
내가 로라에게 강력히 충고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자신이 어떤 점에선 남보다 훨씬 뛰어났다는 거야!
로라: 어떤 점이 그럴까
짐: 이봐요, 로라 정신 좀 차려! 주변을 살펴보라고 뭐가 보이지? 이 세상은 온통 평범한 사람들로 출렁거리고 있어! 그들 모두가 태어났다간 죽어가는 것뿐이야! 그들 중 어떤 사람은 로라의 장점을 10분의 1도 갖고 있지 않아! 어떤 사람은 내 장점의 10분의 1도 안 되고! 또 다른 사람의 10분의 1도 안 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어떤 한 가지 점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 어떤 사람은 여러 가지 점에서 뛰어날 수도 있고 (짐은 무의식적으로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본다) 그러니까 문제는 당신이 어떤 점에서 뛰어났는가를 발견하는 일이야!
내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고 (그는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바로 잡는다) 난 전기공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 창고에서 상당히 책임 있는 일을 하는 것 이외에도 밤에는 라디오 공학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고, 그 강좌를 수강하면서 화술도 공부하고 있어,…….
⌜유리 동물원⌟(범우사, 1992)에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짐의 입을 통해 열등감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함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마음가짐
과 실천해야 할 것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고 있다 열등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이 글을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사실 열등감이란 ‘다른 사람에 비해 나는 형편없는 존재야’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감정을 말한다 또 열등감이 심한 사람은 ⌜유리 동물원⌟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사소한 일로도 민감해지고, 자기 자신의 장점은 보지 못하고 단점만 더 크게 생각하여 스스로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마음이 늘 불안하고 두려우며 자신감이나 만족감이 별로 없다
때로는 자기 자신의 실체를 감추고 자기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외적 치장을 통해 자신을 방어하려 들기도 한다 돈이 많은 것처럼 과시하거나 형편 이상으로 좋은 차나 가구 등을 구입하여 자랑하고, 또는 명함에 아무 힘도 없는 직책들을 줄줄이 적어놓는 것 등이다
남들이 하는 일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뒷전에서 빈정거리거나 남을 업신여김으로써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려 들기도 한다 ‘그 애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차라리 호박 줄기에서 수박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게 더 낫지’하며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고 스스로 우월해 보이려 하는 것이다
열등감이나 두려움이 남들보다 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원인이 있지만, 그 근저에는 자신감 부족과 자신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때문에 문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에 대한 불신을 버리고 신뢰심을 쌓는다면 자신을 압박하던 열등감이나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로마제국의 용맹스런 장군이자 지략이 뛰어난 정치가였으며 당대의 웅변가이기도 했던 시저, 특히 그는 소아시아제도에서 폰투스 왕의 대군을 섬멸하고 로마에 있는 친구에게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단 세 마디의 짧은 편지를 써 보냈는데, 이 짧은 명문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는 간질병 환자였고, 이로 인한 열등감이 있었으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두려움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해 내고 영웅이 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갈리아 전기戰記⌟, ⌜내란기⌟ 등과 같은 훌륭한 저서들도 남겼다
따라서 그의 강인한 극복 의지가 담긴 이러한 저서들이나 그의 일대기를 그린 위인전을 읽는 것도 열등감이나 두려움 퇴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조선시대의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 천첩 태생으로 최고의 명의 자리에 올랐던 허준이나 역시 서얼 출신으로 온갖 차별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마침내 독창적인 사상의학의 창시자가 된 이제마도 신분 차별과 그로 인한 온갖 억압에 열등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강인한 의지로 그 모든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해 내었다
그러므로 이들이 쓴 ⌜동의보감⌟이나 ⌜동의수세보원⌟ 또는 허준과 이제마의 일대기나 그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역은 소설을 읽는 것도 열등감이나 두려움 해소에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문인(2019 6.7 이철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