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는 인도 신화에 나오는 최고신입니다. 브라흐마, 비슈누와 더불어 힌두교의 3대 남성 신으로 꼽힙니다.
어느 날 나다라를 비롯한 하늘나라 성자들이 찾아와서 시바 신에게 청했습니다. “천상의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저희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 주십시오.”
시바 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노래를 불러 줄 수가 없다. 내 노래가 워낙 웅장하고 강해서 너희들이 듣기 힘들거든. 내가 노래를 부르면 하늘과 땅은 물론 지하 세계에까지 불길에 휩싸이고 황폐하게 될 거야.”
나다라가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청했습니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저희들은 천상의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제발 저희들의 청을 물리치지 말아 주십시오.”
나다라가 끈질기게 조르자 시바 신이 말했습니다.
“좋다. 내 요구를 들어 준다면 노래를 불러 주마. 내 노래를 꽉 잡고 놓지 않을 힘센 청중을 데려오너라.”
“알겠습니다.”
나라다는 비슈누 신을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시바 신이 저희들을 위해 천상의 노래를 부르십니다. 비슈누 신께서도 오셔서 노래를 들어 주십시오. 노래가 워낙 웅장하고 강해서 시바 신의 노래를 꽉 붙잡아 주셨으면 합니다.”
비슈누 신은 나라다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하고, 그를 따라 갠지스 강으로 갔습니다. 시바 신은 갠지스 강가에 앉아 노래를 부를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비슈누 신이 갠지스 강물 위에 앉자, 시바 신은 천상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시바 신이 말한 대로 그 노래는 웅장하고 강했습니다. 노래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자, 하늘과 땅은 물론 지하 세계에까지 불길이 일어나 뜨겁게 달구어졌습니다. 과수나무 과일들이 금세 익어 버리고, 새파란 나뭇잎들이 금방 단풍이 들었습니다. 뜨거운 열기로 갠지스 강물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비슈누 신은 갠지스 강물 위에 앉아 시바 신의 노래를 꽉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노래의 힘이 워낙 크고 강하여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슈누 신은 노래를 붙들고 있던 손을 놓고 뜨거운 강물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대로 있다가는 강물과 함께 녹아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천상에서 지켜보고 있던 브라흐마 신이 나섰습니다. 브라흐마 신은 비슈누 신을 강물 속에서 건져냈습니다. 그리고 황금 주전자를 꺼내 갠지스 강물을 그 안에 담아 버렸습니다.
브라흐마 신이 시바 신에게 명령했습니다.
“노래를 그쳐라, 어서!”
시바 신은 브라흐마 신의 명령에 따라 노래를 중단했습니다. 그러자 하늘과 땅, 지하 세계를 들끓게 한 불길과 열기가 식고 세상은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인간 세상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젖줄이 되어 주던 갠지스 강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상의 여러 나라 왕들은 갠지스 강물이 다시 땅을 적시고 흐를 날을 기다렸습니다. 인간들의 힘으로는 갠지스 강물을 다시 땅 위로 흐르게 할 수 없기에 그들은 신들에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잃어버린 갠지스 강을 찾아 달라고.
사가라 왕의 손자인 딜리파 왕도 신들에게 기도하는 왕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딜리파 왕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기도뿐만 아니라 고행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어느 날 딜리파 왕은 신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네 소원을 들어 주마. 네가 곧 아들을 낳을 것이고, 그 아들이 황금 주전자 안에 담긴 갠지스 강물을 땅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감사합니다!”
딜리파 왕은 신의 목소리를 듣고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얼마 뒤 딜리파 왕은 아들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들은 몸이 약하고 병치레가 심하여 아버지를 실망시켰습니다. 심지어 척추 병을 앓아 일어서고 앉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용하다는 의원은 모두 불러왔으나 아들 바기리타의 병을 고치지 못했습니다.
‘제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 이 아이가 무슨 수로 신의 뜻을 이루겠는가?’
딜리파 왕은 병약한 아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스무 살 청년으로 자라난 왕자 바기리타가 어느 날 나무그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의 앞에 아쉬타바크라 성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성자는 온몸이 구부러지고 비틀려 있었으며 얼굴은 괴물처럼 흉측했습니다.
바기리타는 성자에게 인사하려고 일어서려 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몸을 떨며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성자는 바기리타가 자기를 놀리려고 일부러 바닥에 쓰러진 줄 알았습니다. 그는 바기리타를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몸이 되었는지 아는가? 내 아버지는 학문을 좋아하는 브라만이셨어. 학자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셨지. 나는 아직 어머니 뱃속에 있었지만 많은 것을 듣고 배울 수 있었어. 베다 경전을 달달 외울 정도였지. 하루는 아버지가 집에서 베다 경전을 외우고 있었어. 내가 어머니 뱃속에 들어 보니 발음이 틀린 거야. 내가 입을 열어 아버지의 발음이 틀렸다고 말했지. 그랬더니 아버지는 화를 벌컥 내며 ‘너는 기형아로 태어날 거야!’ 하고 저주를 내리셨단다. 그 바람에 나는 기형아로 태어나 이렇게 장애인으로 살게 되었지.”
성자는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더니 바기리타를 무섭게 쏘아보았습니다.
“나는 저주를 받아 태어난 몸이야. 나를 장애인이라고 놀려댔으니 나도 너에게 저주를 내리겠다.” 바기리타가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성자님, 제 말을 믿어 주십시오. 저는 당신을 절대로 놀리지 않았습니다. 저도 장애인인데 어떻게 성자님을 놀릴 수 있겠습니까? 혼자서 일어서고 앉는 것이 힘들어 쓰러진 겁니다.”
성자는 미심쩍은 듯 바기리타를 바라보다가 오른손을 들며 말했습니다.
“좋다. 네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하겠다. 나를 놀린 것이 맞다면 너는 이 자리에서 괴물로 변할 것이고, 네 말이 맞다면 너는 건강한 청년으로 변할 것이다.”
성자가 오른손을 내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기리타가 키가 크고 늠름한 청년으로 변한 것입니다.
바기리타는 궁전으로 달려가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딜리파 왕은 아들에게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전해 듣고 아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 이제 네가 신의 뜻을 이루겠구나!”
딜리파 왕은 아들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주고 궁전을 떠났습니다. 숲속에 들어가 기도와 명상으로 남은 삶을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바기리타는 왕이 되었지만 기도와 고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소원을 들어 달라고 브라흐마 신에게 계속 기도했으며, 몇 달씩 단식을 하는 등 고행을 이어갔습니다.
어느 날 브라흐마 신이 바기리타 왕 앞에 나타났습니다.
“네 정성이 보통이 아니구나. 네 소원이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 무슨 소원이든 들어 주마.”
바기리타 왕이 대답했습니다.
“저에게는 두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첫째는 아들을 많이 낳는 것이고, 둘째는 브라흐마 신께서 가진 황금 주전자 안에 담긴 갠지스 강물을 땅으로 끌어내려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브라흐마 신이 말했습니다.
“네 두 가지 소원을 들어 주마. 그런데 갠지스 강물을 땅으로 끌어내릴 때 해야 할 일이 있다. 하늘에서 강물이 떨어지면 그 강도가 워낙 세기에 땅이 갈라지거나 산산조각이 날 거야. 따라서 강물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가는 물줄기로 바꾸어 줄 수 있는 이가 필요하다.”
바기리타는 브라흐마 신의 말을 듣고 이번에는 시바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하늘에서 갠지스 강물이 떨어지기 전에 가는 물줄기로 바꾸어 줄 수 있는 분은 시바 신밖에 없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시바 신이 바기리타 앞에 나타났습니다.
“네 소원을 들어 주마. 하늘에서 갠지스 강물이 떨어질 때 머리로 받아 가는 물줄기로 바꾸어 주마.” “감사합니다!”
브라흐마 신은 바기리타와의 약속을 지켜 황금 주전자 안에 담긴 갠지스 강물을 하늘에서 쏟아 내었습니다. 그때 시바 신은 땅 위에 꿇어앉아 그 강물을 머리로 받아 가는 물줄기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바기리타 왕은 시바 신 곁에 앉아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고는 소라고둥을 불며 일어섰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가는 물줄기가 양떼처럼 바기리타 왕의 뒤를 따랐습니다. 갠지스 강물은 바기리타 왕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천천히 흘렀습니다. 이리하여 갠지스 강은 이때부터 땅 위를 다시 흐르게 되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