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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문학 산책

[물에 얽힌 옛이야기]
딸의 원수를 갚고 양자강의 신이 되다

신현배 시인, 아동문학가

신현배
시인, 아동문학가
4201708@hanmail.net

옛날 중국 산서성에 장씨 성을 가진 노인이 있었습니다.
장 노인은 늘그막에 딸 하나를 얻었는데, 아내가 딸을 낳고 얼마 뒤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홀아비가 되어 딸을 정성스레 키웠습니다.
그 딸이 자라 시집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마침 좋은 혼처가 생겨 장 노인은 딸을 양자강 남쪽 지방으로 시집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장 노인은 혼인식을 치르는 날, 딸과 함께 양자강 나루터로 갔습니다. 두 사람은 양자강 남쪽 지방으로 가는 배에 올라탔습니다.
배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배가 떠나기 전에 양자강에 산다는 자라를 입에 올렸습니다.
“양자강에 집채만한 자라가 살고 있대. 자라는 사람 고기를 좋아하여 이따금 물 위로 솟아나와 배를 습격한 뒤 사람을 물고 도망친다는 거야.”
“나도 식인 자라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어. 부자들이 강을 건널 때 무사를 데리고 배를 타도 소용없대. 활을 쏘고 칼을 휘둘러도 등껍질이 무쇠보다 튼튼하여 끄떡없다는 거야.”
“양자강이 2천 리가 넘는 물길이라도 종횡무진하는 자라야. 상류에 불쑥 나타났다가 며칠 뒤에는 하류에 모습을 드러내던걸.”
“자라를 물리칠 방법은 전혀 없군그래. 그저 자라가 나타나지 않기를 배 안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어.”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때 장 노인이 끼어들었습니다.
“아무리 무서운 자라라고 해도 양자강에는 한 마리밖에 없지 않소?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 보니 자라는 한 달에 몇 번 나타나 사람을 잡아먹나 본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서너 명 아니오? 이 양자강을 운항하는 배가 하루에도 수천 척에 이른다고 들었소. 피해를 입는 배는 한 달에 서너 척에 불과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사람들은 장 노인의 말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여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을 태운 배가 강의 한가운데에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별안간 큰 물결이 일어나더니 물속에서 자라가 솟아나왔습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자, 자라다!”
양자강 한가운데에서 자라와 마주쳤으니 자라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자라는 배에게 달려들어 배를 뒤집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자라가 물에 빠진 한 사람을 입에 물고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물속에 빠져 있던 장 노인이 그 광경을 보고 미친 듯이 부르짖었습니다.
“이놈, 자라야! 내 딸을 놓고 가라! 어서!”
그러나 자라는 장 노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장 노인의 딸을 입에 문 채 물속 깊이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자라의 습격을 받은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지나가던 배가 구조하여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장 노인도 죽지 않고 살아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딸을 잃은 그는 반은 실성한 사람처럼 지냈습니다.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장 노인에 대한 소문은 마을 전체에 퍼졌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음식을 들고 찾아와 그를 위로했습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음식을 드시고 기운을 차리세요.”
그러나 장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도 딸아이와 함께 양자강에서 죽어야 했는데……. 나를 구조해 준 사람들이 원망스럽구려.”
장 노인은 며칠 동안 그렇게 보내더니, 어느 날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살아야지요. 딸아이의 원수를 갚으려면……. 자라, 그놈은 내 손으로 꼭 해치우겠소.”
장 노인은 양자강에 사는 식인 자라를 어떻게 잡아 죽일까 궁리를 거듭했습니다. 그는 자라를 죽일 방법을 찾으려고 양자강 어부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한 어부가 장 노인에게 말했습니다.
“무슨 수로 자라를 죽이겠습니까? 활을 쏘면 화살이 튕겨 나오고, 칼을 휘두르면 끄떡도 없어요. 자라의 등껍질이 무쇠보다 단단해요.”
또 다른 어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라를 죽일 수는 없어도 피해를 줄일 수는 있어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자라가 한 사람만 입에 물고 도망치지 않소? 그러니 자라가 나타났을 때 한 사람을 자라 입에 던져 주는 거지요. 좀 잔인하기는 해도 자라가 배를 뒤집어 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는 것은 막을 수 있지요.”
장 노인은 어부의 말을 듣고 갑자기 얼굴빛이 환해졌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 방법밖에 없어!’
집으로 돌아온 장 노인은 돈이 될 만한 물건은 모두 내다팔았습니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집 앞에 큰 화로를 사다 놓고 대장장이 몇 사람을 고용했습니다. 장 노인은 대장장이들에게 쇠를 녹여 인형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드디어 쇠인형이 완성되자 장 노인은 마차를 불렀습니다. 마차에 쇠인형을 싣고 대장장이들과 함께 양자강 나루터로 갔습니다.
장 노인은 배 한 척을 빌려 쇠인형을 옮겨 실은 뒤, 대장장이들을 데리고 배에 올라탔습니다.
장 노인은 대장장이들을 시켜 배 안에서 화로에 불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화로에 쇠인형을 올려놓았습니다. 대장장이들은 화로 곁에 쇠집게를 든 채 앉아 있었습니다.
장 노인은 식인 자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자라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배가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갈 때 갑자기 큰 물결이 일어났습니다. 이때 장 노인이 소리쳤습니다.
“그놈이 나타났다! 준비해라!”
장 노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장장이들은 쇠집게로 화로에 있는 쇠인형을 집어 들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자라가 물 위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자라다! 던져라!”
장 노인의 명령으로 대장장이들은 자라를 향해 쇠인형을 집어 던졌습니다. 그때 자라가 쇠인형을 입에 물어 삼키고는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장 노인과 대장장이들은 자라가 떠올랐던 강물을 말없이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러고는 자라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물결이 솟구치더니 자라의 등껍질이 물 위로 솟아나왔습니다. 대장장이들은 그것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와아! 자라를 해치웠다!”
장 노인은 자라의 등껍질을 건졌습니다. 자라는 뜨거운 쇠인형을 집어삼키는 바람에 몸이 다 녹아 버려 등껍질만 남아 있었습니다.
장 노인은 죽은 자라의 등껍질을 대장장이들에게 넘겨준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드디어 딸아이의 원수를 갚았구나! 쌓인 한을 풀었어!’
장 노인은 원수를 갚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갔습니다. 눈앞이 아득해지고 다리에 힘이 없어 단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었습니다.
장 노인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앓아누워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한 달도 못 되어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장 노인은 양자강이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묻혔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에 그 무덤 옆에 사당이 하나 세워졌습니다. 장 노인의 초상을 모셔 놓은 사당이었습니다.사람들은 식인 자라를 물리친 장 노인을 양자강 수신으로 섬겼습니다. 양자강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은 일 년에 한 번씩 수신을 모신 사당을 찾아와 제사를 지냈습니다.
“양자강 수신님, 아무런 사고 없이 배를 잘 운행하게 해 주세요.”
“양자강에서 고기를 많이 잡게 해 주세요.”
어부들은 양자강 수신에게 자신들의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 소원이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양자강 수신이 기도를 잘 들어 준다는 소문이 돌자, 어부들뿐만이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사당을 찾아와 소원을 빌며 제사를 지냈습니다.
식인 자라를 죽여 딸의 원수를 갚은 장 노인은 그렇게 양자강의 신이 되어 백성들과 더불어 살게 되었답니다.